안녕하세요, 웨이메이커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어젯밤이었던 9월 7일, 레바논과 대한민국의 2022 국제 축구연맹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가 열렸습니다. 권창훈 선수의 결승골로 한국이 1:0 승리를 가져갔는데요. 경기에서는 승리했지만 오랜만의 국가대표팀 A매치를 기다렸던 축구팬들에게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캡틴', 손흥민 선수의 결장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 시작을 약 두 시간여 앞두고 손흥민 선수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자세한 검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아 큰 부상인지, 얼마나 오래 치료가 필요한지 등의 정보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소속팀 토트넘이 시즌 개막 후 3연승을 달리고 있고, 손흥민 선수 본인도 개막전이었던 맨체스터 시티 (Manchester City) 전에서의 득점과 함께 지난 3라운드 왓포드 (Watford) 전에서는 프리킥으로 득점을 기록하며 본인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200경기 출전을 자축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던 시점에 입은 부상이라 상당히 안타깝습니다만, 회복력이 빠른 선수이기 때문에 팬들은 그리 멀지 않아 손흥민 선수를 다시 피치 위에서 보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축구 팬에게 손흥민 선수는 단순한 축구 선수가 아니라 아이콘 같은 존재라 하고 싶은 말도,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아서 그런지 서두가 좀 길었습니다. 오늘은 '해외축구의 아버지'라 불렸던 박지성 선수를 이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스포츠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토트넘 홋스퍼의 넘버 세븐이자 실질적 에이스. 손흥민 선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전설의 시작 : 함부르크 SV의 '손세이셔널' (Son-sational)
1992년생으로 올해 29세인 손흥민 선수는 183cm에 77kg의 탄탄한 체격 조건의 윙어이자 세컨드 스트라이커입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이며 이로 인해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수비하기 상당히 어려운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K리그의 명문 FC서울의 유스 소속으로 축구를 시작한 손흥민 선수는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Bundesliga)의 명문 함부르크 SV (Hamburger SV) 유스로 이적하며 본격적인 유럽 생활을 시작합니다. 감독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모두 손흥민을 역대 최고의 유망주라고 치켜세울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며, 더 나아가 당시 같은 소속팀 선배이자 이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네덜란드의 전설 뤼트 판 니스텔루이 (Van Nistelooy)가 '마치 어렸을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손흥민의 멘토를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2010년 시즌, 함부르크의 프리 시즌 경기를 소화하며 프로 무대의 첫 맛을 보기 시작합니다. 만 18살의 어린 나이었지만, 아홉 경기를 치르며 무려 아홉 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함부르크는 물론이고 유럽 축구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후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는 선발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기대에 부응하듯 함부르크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우며 데뷔골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4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함부르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인정받게 되는데, 이후 시즌 2호 골과 3호 골을 한 경기에서 연달아 터트리며 분데스리가 사상 최연소 멀티골이라는 대기록 또한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함부르크 전반기 MVP 후보에 오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활약이었습니다.
이후 2011년 시즌에도 프리시즌에만 무려 여섯 경기를 치르며 열 다섯 골을 집어넣었고,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는 팀의 두 골을 모두 득점하면서 2:1 승리를 견인하기도 했습니다. 시즌 결과는 총 서른 경기 출장에 다섯 골과 한 개의 도움. 2012년 시즌은 기량이 더욱 만개했는데, 자신의 분데스리가 경력 최초 한 시즌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이 그것입니다. 많은 팬들이 애정하고 즐겨 부르는 '손세이셔널' (Sonsational)이라는 별명도 이 시즌을 말미로 탄생했습니다. 2012년 시즌 결산은 총 서른네 경기 출전에 열 두 골, 두 개의 도움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처럼 계속해서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해낸 손흥민을 향한 빅 클럽들의 구애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리버풀 (Liverpool), 아스널 (Arsernal), 토트넘 홋스퍼 (Tottenham Hotspur)등이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였으며, 토트넘과의 링크가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2012년 시즌을 끝으로 손흥민이 선택한 팀은 같은 분데스리가 소속의 바이어 04 레버쿠젠 (Bayer 04 Leverkusen)이었습니다. 5년의 계약 기간을 골자로 한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손흥민의 유럽 두 번째 팀은 레버쿠젠으로 정해졌습니다.
2.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다 : 바이어 레버쿠젠 (Bayer Leverkusen)
현 소속팀인 토트넘을 비롯해 유럽 유수 클럽의 관심을 받던 손흥민은 레버쿠젠 구단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공식적으로 레버쿠젠으로의 이적을 확정했습니다. 등번호는 현대 축구에서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7번. 구단이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컸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 축구 팬들은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선수로 불리는 차범근 감독이 과거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는 사실 또한 현지 팬들의 기대를 더욱 증폭시켰던 것 같습니다.
레버쿠젠에서는 2013년 시즌부터 2015년 시즌까지 세 시즌을 보냈는데, 기억할만한 경기로는 2013년 시즌엔 전 소속 클럽이었던 함부르크와의 홈 경기에서 프로 경력 통산 최초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경기, 2014년 시즌엔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의 제니트 (Zenit)와 맞붙었던 원정 경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멀티골을 기록한 경기 등이 있겠습니다. 2013년 시즌 기록은 마흔 세 경기 출전에 열 두 골과 일곱 개의 도움, 2014년 시즌 기록은 마흔 두 경기 출전에 열일곱 골과 세 개의 도움으로 명실상부 팀의 최고 에이스이자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가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시즌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토트넘 홋스퍼와의 이적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2015년 8월 28일, 손흥민은 한화 408억 원의 이적료로 토트넘과의 5년 계약을 확정 지었습니다.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하는 이적이었으며, 이영표 전 선수에 이어 토트넘의 두 번째 한국인 선수이자 열세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 것입니다.
3. 그리고 지금 : 토트넘 홋스퍼의 진행형 레전드
손흥민의 입단식에서 그가 들고 있던 토트넘 셔츠에 새겨진 7번. 레버쿠젠에서도 그랬었지만,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인생의 모든 것이 늘 쉽지많은 않고, 손흥민의 다음 도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토트넘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만들어내기까지 2015년 시즌부터 손흥민은 수많은 부진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400억에 달하는 이적료로 이적해 온 선수에게 팬들과 클럽이 거는 기대가 컸던 것에 비해 부진한 경기력, 부상의 악령 등 악재가 겹쳐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모두가 실망하는 시즌을 보냈고, 이에 낙심한 손흥민은 다시 분데스리가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감독이자 은사였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Mauricio Pochettino)감독이 적극적으로 이적을 반대하면서 믿음을 주었고, 2016년 시즌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본인이 경기장에서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팀은 리그 2위를 차지했으며, 선수 개인으로서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차범근 전 감독의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을 깨는 21골을 기록하기도 하며 점점 토트넘의 7번 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비록 전 시즌의 득점 기록은 경신하지 못했지만 2017년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18골을 기록했고, 토트넘과 손흥민 선수 개인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2018년 시즌이 찾아옵니다. 토트넘에서의 첫 시즌, 기복이 심하다거나 볼터치가 미숙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온 손흥민이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을 보내면서 조금씩 프리미어리그의 속도나 플레이 스타일에 적응하고, 무엇보다 개인의 경기력이 상당 부분 발전하면서 팀 공격 라인의 핵심을 넘어 토트넘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그리고 월드클래스 선수로 평가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은 2018년과 2019년 시즌 개인 수상은 물론이고 팀의 기록 경신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2019 런던 풋볼 어워즈 (2019 London Football Awards)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토트넘의 새로운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Tottenham Hotspur Stadium)의 역사적인 첫 득점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맞붙은 맨체스터 시티 (Manchester City)와의 1차전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이어진 2차전 경기에서는 무려 멀티골을 기록하며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8강 득점자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의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자이자 최초로 팀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의 주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비록 결승전이었던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패배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토트넘 홋스퍼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골' 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인 선수로는 세 번째로 발롱도르 (Ballon D'or)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19년 시즌 또한 할 말이 참 많은데, 2019년은 '토트넘 올해의 선수', '올해의 골', '팬클럽 선정 올해의 선수상', '토트넘 레전드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 수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6라운드 번리 (Burnley)전에서 보여주었던 폭풍 같은 질주 끝에 기록한 골이 FIFA 푸스카스 상 (The FIFA Puskas Award)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은 물론이고요.
바로 지난 시즌이었던 2020년 시즌에는 스물 두 골을 집어넣으며 선수 본인의 리그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시즌에 이어 연속으로 10골, 10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공격 포인트 순위 3위에 올랐고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PFA 올해의 팀 (PFA Team of the year)에 팀 동료인 해리 케인과 함께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막을 올린 2021년 시즌. 개막전부터 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손흥민은 3라운드에서도 감각적인 프리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진행형 레전드'에서 '완성형 레전드'로 진화해 가고 있는 듯한 손흥민. 지난 7월에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4년 재계약에 도장을 찍으며 명실상부한 팀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손흥민이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줄지 매 경기 기대가 되는 행복한 가을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글이 길어졌네요. 애정을 숨기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여러분, 다음 글에서 만나요.
C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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